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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라이브러리 - 매트 헤이그

버즈와우디 2021. 10. 16. 13:41

🚨스포가 있는 글입니다🚨


1️⃣ Intro.

 

주인공 노라는 실직하고, 사랑하는 고양이를 잃어 삶의 의지가 소진되어버린 35세 여자이다.

그녀는 사랑했던 사람과 결혼 이틀 전에 파혼하고 어머님은 돌아가셨으며 아버지와의 관계는 소원하다.

어린 시절 함께 밴드를 이뤘던 친오빠와 그의 친구와도 사이가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우연히 만난 학창 시절 친구는 아이를 둘이나 낳아 사진을 보여주겠다 했지만 노라는 회피했다.

그녀의 친한 친구는 오스트레일리아로 떠나서 연락이 원활하게 되지 않는다.

피아노 과외 시간을 깜빡해 그마저도 해고당하고,

아픈 이웃집 어른은 다른 사람이 도와주기로 했으니 더 이상 도와주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하신다.

 

노라는 세상과의 완벽한 단절을 느꼈다.

그리고 죽기로 결심했다.

 

죽음 이후에 그녀가 도착한 곳은 대학생 시절 자주 들렀던 도서관.

초록색 책들이 가득 채워진 곳에서 그녀는 그곳의 사서, 그녀를 따뜻하게 품어줬던 엘름 부인을 만난다.

 

"그러니까 제가 죽은 건가요?" 노라가 물었다.
엘름 부인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잘 들으렴. 여긴 삶과 죽음의 중간지대야."
그러고는 통로를 따라 저쪽을 슬쩍 가리켰다. "죽음은 밖에 있단다."
"그럼 전 거기로 가야겠네요. 전 죽고 싶거든요."
하지만 엘름 부인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다고 죽을 수 는 없어."
"왜죠?"
"네가 죽음에게 가는게 아니야. 죽음이 널 찾아와야 해."

 

노라는 죽고싶어서 죽었는데 엘름 부인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부인이 말하길, 이 곳에 있는 책들은 그녀가 살았을 법한 인생들을 담았다고 한다.

그 책을 읽는 순간 그 인생들을 경험하게 될 것이며, 후회하는 순간 다시 이 도서관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어떤 삶에 만족하게 되면 그녀는 그 인생을 계속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앞으로 그녀는 어떤 인생을 살게 될까, 마지막 인생은 무엇일까?


2️⃣ 느낀 점 첫 번째

 

노라는 죽기 직전에 자신이 한 모든 선택을 후회하며 자신의 삶이 실패였다고 단정했다.

수영을 계속해서 올림픽에 출전했어야 했는데,

댄과 결혼해서 그의 꿈을 같이 이뤘어야 했는데,

밴드 보컬이 되었어야 했는데,

고양이를 더 잘 돌봤어야 하는데,

그녀는 그러지 못한 것이 후회스러웠다.

그렇지만 이 책은 그녀가 살길 바랬던 삶에서도 후회스러운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단 것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는 매일 크고 작은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어떤 선택이 성공적이고 실패였다라고 이분적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다기보단 그 선택으로 인해 크고 작은 영향들이 생겨난다.

그 영향들은 나에게 좋을 수 도, 나쁠 수 도 있다.

중요한 건 완벽하게 좋은 영향만을 끼치는 선택이라는 것도, 완벽하게 나쁜 영향만을 끼치는 선택은 없다는 것이다.

이것을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겉보기에 좋은 선택을 했더라도 선택에 따른 기회비용이 있기 마련이며

나쁜 선택을 했더라도 우리가 그를 통해 배우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노라가 죽기 직전, 그 현실 그대로의 모습으로 정착하도록 결말을 맺은 것도 같은 맥락인 것 같다.

사실 우리가 과거에 했던 선택들은 바꿀 수 없다.

그러니 과거에 사로잡혀 후회하며 살아가기보다는 과거의 내 모습, 내가 했던 선택을 모두 받아들이는 자세로

앞으로 펼쳐질 미래의 무한한 잠재성을 상상하며 매일을 알차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메시지를 주는 것이다.


3️⃣ 느낀 점 두 번째 

 

이 세계관에서는 왜 노라가 '도서관'에서 '엘름 부인'을 만났는지를 설명해준다.

 

"왜 우리가 만나는 사람은 늘 한 명일까요? 거기서 말이에요. 도서관이든 뭐든"

"만약 내게 종교가 있다면 그 사람이 신이라고 말했을 겁니다.
아마도 신은 우리가 보거나 이해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우리가 살면서 만났던 좋은 사람의 형상으로 나타난 거겠죠.
만약 내게 종교가 없다면, 사실이 그렇기도 하고요,
난 인간의 뇌가 개방된 양자 파동함수의 복잡성을 감당하지 못해서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무언가로 해석했거나 체계화했다고 생각할 겁니다.
도서관의 사서라든가, 비디오 가게의 친절한 삼촌 같은 것으로요."

 

왜냐하면 노라는 엘름 부인이라는 성숙하고 좋은 사람과 도서관에서 따뜻한 교감을 했기 때문이다.

부인을 통해 위안을 얻었었고 또 현명하게 그녀를 이끌어줬었기 때문에 

죽음이 노라에게 찾아오기 전, 어쩌면 무의식일 수 도 있는 이 도서관이라는 공간에서

후회하던 삶을 돌이켜보고 또 살아보며 마지막으로 자신을 붙들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만약 내가 삶과 죽음의 중간지대에 있게 된다면, 그곳에서 누구를 만나게 될지를 고민해봤다.

재수를 하던 시절, 스스로에 대한 회의감이 많이 들었던 시기에 국어 선생님께서 강의 중에 이런 말씀을 해주신 게 떠올랐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이상한 점이 있어."

늘 '내가 이상한 건가'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던 나에게 너만 이상한 게 아니라는 걸 처음으로 알려준 어른이었다.

그 말이 정말 큰 위안이 되었었다. 어쩌면 '네가 조금 이상해도 괜찮은 거야'라고 말해주시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제는 나 스스로 위안이 필요할 때,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싶을 때마다 아직도 곱씹는 말이 되었다.

 

더 나아가 나도 엘름 부인, 우리 국어 선생님 같은 어른이 되고 싶다.

타인의 마음을 공감하고 위로하며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줄 수 있는 좋은 사람이고 싶다.

올바른 가치관으로 말하고 행동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